[투자일지] EP.3 살 때 놓친 원칙, 팔 때는 지켰습니다

투자일지 콘셉트의 책상에서 노트에 기록을 남기는 캐릭터의 모습과 함께, 실패한 물타기와 계획적인 분할매수(DCA)의 결정적 차이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에세이형 인포그래픽 이미지


지난 글에서 삼성전자, 비트코인·이더리움, 그리고 단타 10%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던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그 이후, 제가 또 한 번 근거 없는 확신에 빠졌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수익이 눈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서서히 수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사람인지라 눈이 자연스럽게 "수익성 있는 곳"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코인은 여전히 믿음이 있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주식 비중을 늘리고 싶은 마음도 같이 커졌습니다.

그때 제가 스스로 정한 방향성이 "반도체 +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이 방향성 자체는 지금 다시 봐도 크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문제는 그 방향성 안에서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고를 것인가"였는데,저는 그 부분을 깊게 따지지 않고 그냥 제가 평소에 쓰던 앱이라는 이유만으로 카카오페이를 골랐습니다.


"나는 최고점이 아니라 어깨를 잡았다"는 자기합리화

당시 스테이블코인 이슈로 카카오페이 주가가 한 번 크게 솟았다가, 다시 흘러내리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최고점이 아니라 살짝 내려온 '어깨' 자리에서 들어갔습니다. 

스스로는 "꼭지에 물린 게 아니니 나름 신중하게 들어간 거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 안도감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어차피 그 자리도 이미 한 번 부풀려진 가격이었다는 걸, 그때는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된다면, 카카오페이가 무조건 선두에 있을 것이다."

지금 다시 봐도 참 근거가 부실한 확신입니다.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쉽게 썼다는 것 자체가, 그때 제가 얼마나 논리보다 기대감에 기대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빠지면 사고, 더 빠지면 더 사고




그 확신을 근거로 저는 주가가 빠질 때마다 계속 사들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였죠. 빠지면 사고, 더 빠지면 더 사고 —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처음 진입 물량의 약 두 배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이때의 저는 "싸게 더 사서 평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사실은 처음의 논리(스테이블코인 상용화=카카오페이 선두)가 틀렸을 가능성을 전혀 점검하지 않은 채로, 그냥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담고 있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몇 달의 지지부진, 그리고 다른 시야가 열리다

그렇게 카카오페이가 몇 달째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동안, 저는 손 놓고 있지 않고 계속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외에도 로봇, 전력 같은 섹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11월, 저는 카카오페이를 분할매도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때 정리한 이유는 처음의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논리가 틀려서가 아니라, 카카오그룹 자체에 대한 실망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대로 계속 들고 갔고요.

여기서판매한삼성전자는 소량(헤어컷)



여기서 제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

이 에피소드를 쓰면서 가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바로 '무지성 물타기'와 '계획된 분할매수'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행동이라는 겁니다.

계획된 분할매수는 처음 세운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그 논리를 뒤흔들 새로운 정보가 나왔는지를 매번 다시 점검하면서, 그래도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설 때만 나눠서 추가 매수하는 겁니다. 반면 무지성 물타기는 그런 점검 없이, 그냥 "가격이 싸졌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계속 더 사들이는 거고요.

부끄럽지만 제가 카카오페이 물량을 두 배로 늘렸던 그때는 후자, 그러니까 무지성 물타기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되면 카카오페이가 무조건 선두"라는 처음의 논리가 여전히 맞는지는 한 번도 다시 점검하지 않은 채로, 그냥 떨어질 때마다 기계적으로 더 담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그 실수를 매도할 때는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11월에 정리할 때는처음의 확신(스테이블코인=카카오페이 선두)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인지했고카카오그룹이라는 더 큰 틀에서 실망 요인을 발견했고 그 판단을 근거로, 한 번에가 아니라 나눠서 빠져나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즉 매수할 땐 근거 점검 없이 가격만 보고 반응했지만, 매도할 땐 근거를 다시 점검한 뒤에 판단을 내렸던 셈입니다. 살 때 못 지켰던 원칙을 팔 때라도 지켰다는 게, 지금 돌아보면 이 시기에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총합은 남았습니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아픈 기억을 남겼지만, 다행히 삼성전자를 계속 들고 있었던 덕분에 전체 포트폴리오로는 결국 수익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 종목의 실패가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았던 건, 어쩌면 1편에서 겪었던 상장폐지의 아픔이 저를 "몰빵하지 말자"는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 투자 유의사항 및 면책 고지 (Disclaimer)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회고를 기록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명은 실제 경험 서술을 위한 것이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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