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지] EP.1 제 인생 첫 주식은 상장폐지로 끝났습니다
때는 2020~2021초 삼성전자가 "10만전자"로 간다는 얘기가 한창이던 시절, 저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처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코스피가 뭔지 코스닥이 뭔지도 모른 채로요.
삼전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계좌를 만들고 나니, 다들 말하던 삼성전자는 "이미 많이 올랐으니 지금 들어가면 늦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종목을 찾기 시작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뭘 몰라서 "이미 오른 우량주"를 피하고, 뭘 몰라서 "덜 오른 것 같은" 종목을 찾아다녔으니까요.
그렇게 고른 두 종목이 현대로템과 (구)뉴로스(현 앤에스)였습니다.
현대로템은 친구가 지나가듯 툭 던진 말을 제가 귀담아들었다가 들어간 종목이었습니다. "나름 튼튼한 좋은 기업 같다"는 정도의 말이었는데, 그걸 저 혼자 확대해석해서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참고로 그 친구는 지금 구독자 20만 명대 주식 유튜버가 됐습니다. 그때도 보는 눈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뉴로스는 어떤 다른 분의 추천으로 들어간 종목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나는데, 그만큼 제가 그 추천의 근거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았다는 뜻이겠죠.
"나는 절대 안 속는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지금 생각해도 웃긴 게, 저는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이게 작전주여도 나는 무조건 먼저 빠져나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나름의 원칙도 세웠습니다. 그 추천인이 "12,000원까지 간다"고 했으니, 저는 속으로 "9,000원 정도면 미리 빠져나와야지"라고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도망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그런데 실제 상황은 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9,000원에 매도 라인을 걸어두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8,800원대에서 갑자기 물량이 확 빠지면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가 정해둔 라인을 스치듯 지나쳐서 순식간에 뚫려버린 겁니다. 그렇게 팔 타이밍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로, 뉴로스는 그대로 상장폐지 엔딩을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9,000원에 빠져나와야지"라는 계획 자체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알겠습니다. 저는 이 종목이 천천히, 순서대로 빠질 거라고 막연히 가정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작 정말 위험한 종목은 하락이 시작되면 제가 반응할 틈도 안 주고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현대로템은 그 무렵 주가가 1만 원 후반~2만 원 초반대였는데, 저는 그냥 손을 뗐습니다. (이후 현대로템은 방산 테마 등을 타고 크게 오른 종목이라, 지금 와서 보면 왜 그때 팔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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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 주가 차트] 1만 원대에 손실 보고 정리했던 주식이 13만 원대로… |
그때 배웠어야 할 것을 지금에서야 정리해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딱 두 가지가 없었습니다.
첫째, 기업을 볼 줄 아는 눈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지나가듯 한 말", "누군가의 추천" 정도가 제 판단 기준의 전부였습니다. 재무제표를 본 적도 없고, 이 회사가 뭘로 돈을 버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둘째, "내가 정해둔 라인에서 정확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매도 라인을 걸어두는 것과, 실제로 그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특히 부실한 종목일수록 하락은 계획대로 오지 않고, 순식간에 라인을 통과해버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경험을 지금은 "아주 싸게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큰돈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때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더 많은 돈을 넣었더라면 훨씬 더 아픈 수업료를 냈을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
요즘도 "목표가/손절가만 정해두면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남깁니다. 라인을 정해두는 것과, 그 라인에서 실제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부실한 종목은 여러분이 반응할 틈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압니다.
사실 저도 아직 완성된 답을 가진 건 아닙니다. 그때의 실패 이후로 나름의 기준들을 하나씩 세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흔들릴 때도 있고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혼자 공부하고 끝내기보다, 제가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저만의 기준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성공담보다는 이렇게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세운 기준들을 꾸준히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거나, 여러분만의 기준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편하게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그 과정을 여러분과 같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회고를 기록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명은 실제 경험 서술을 위한 것이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투자일지] 제 인생 첫 주식 상장폐지 경험담 썸네일](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giIsCDgJMnXkSaDZRhzMtBe6RW-oShySEEatRvMvMILArVU9qbaEPuyLaCHVkdR7-sR2UEhWbQ8zbwHGoKqYeDuNDS0n2cddUflbMYWHH9bkeqP_3PNpLyETrjICHMzNVn1Q3VKUCom8VLX5-Db9ElJyrhBdCtS1d-2TWQ3dExydxnDY1mtNdpcSe-qicl/w640-h640/%EC%A4%8D%EC%A4%8D%EC%9D%B4%EC%8D%B8%EB%84%A4%EC%9D%BC.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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